1,340원마저 돌파한 환율…물가정점 지연·경기둔화 압력 가중

2022. 8. 22. 20:27정치,국제,사회,경제,시사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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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하락에 수입물가 상승…기준금리 인상 가속할 수도

환율 상승, 수출효과보다 수입원가 부담 더 커…무역적자 확대 우려

정부 "경상수지 흑자 지속…대외건전성 양호"

22일 원/달러 환율이 13년여만에 장중 1,340원마저 넘어서면서 물가 상승세의 정점이 지연되고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세는 소비를 둔화시키고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키우게 된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3.9원 급등한 달러당 1,339.8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340.2원까지 뛰어오르며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1,340원을 넘어섰다.

◇ 원화 가치 하락에 수입 물가 높아져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수입 물가지수는 원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7.9% 상승했다.

이를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보면 수입 물가 상승률은 14.5%로 낮아진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원화 가치가 하락해 그만큼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수입 물가의 상승은 소비자물가 오름세의 정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

정부는 추석이 지난 9월, 늦어도 10월 즈음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의 하락 등이 이런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원화 가치의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분을 상쇄시킬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았다.

◇ 물가 오름세 가팔라지면 기준금리 인상 폭 확대될 수도

환율 상승으로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빨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커졌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가계 이자부담·경기 침체 우려 등을 고려하면 '빅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해 한미 금리 격차를 좁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환율이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크게 올려야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정치적 요인까지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0.25%포인트 인상에 힘을 실었다.

김 교수는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외환당국이 개입을 할 수 있겠지만, 추세 자체를 꺾기 위한 개입은 어렵다"며 "지금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이 연말쯤 1,35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금리 인상에 경기 우려 커져…환율 올라가도 수출 효과 크지 않아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키워 기업의 투자, 가계의 소비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는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원화 가치는 하락했으나, 대외 여건 악화에 수출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은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이전보다 원자재를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2% 증가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두 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달 1∼20일 무역적자는 102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올해 6월 경상수지는 56억1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32억2천만달러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면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으나 수출이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대외 경기 악화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고 무역수지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는 흑자이지만,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 "경상수지 흑자 지속…대외건전성 양호"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우려와 관련해 경상수지 흑자 등을 근거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외환 수급 등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재화 수출입뿐만 아니라 서비스 교역, 해외투자 소득 등 대외부문과의 경제적 거래를 포괄하는 경상수지가 더 유용한 지표"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경상수지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4월을 제외하고 6월까지 지속해서 흑자를 기록 중이다.

재화 수출입과 관련된 다른 지표인 상품수지도 중계무역 호조 등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6월까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한국 기업이 가공·중계무역 등 해외생산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품수지를 기준으로 재화 수출입을 판단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상품수지는 인도 기준으로,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으로 각각 수출입을 판단한다. 이에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을 수출하는 경우 상품수지에는 잡히지만, 무역수지에는 잡히지 않는다.

정부는 "향후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등 위험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이달 중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마케팅 지원, 주요 업종별 수출경쟁력 강화 및 규제개선, 현장 애로 해소 등을 포함한 수출 종합대책과 해외수주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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