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5. 08:28ㆍ정치,국제,사회,경제,시사이슈
美 연구팀 "펩티드 결합 내 원자 수준 상호작용이 아미노산 가수분해 방지"
동물에 풍부한 단백질 중 하나인 콜라겐은 물에 닿으면 잘 분해된다. 그런데 공룡 콜라겐은 어떻게 수천만 년을 견뎌 화석으로 남았을까? 그 이유는 콜라겐 펩티드 결합 내 원자·전자 수준 상호작용이 아미노산을 물 분자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로널드 레인즈 교수팀은 5일 미국화학회 저널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서 공룡 콜라겐 펩티드 결합에서 탄소와 이중결합을 한 산소의 여분 전자 두 개가 이웃 펩티드 결합에 공유되면서 물 분자가 콜라겐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 안정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천만 년 이상 된 공룡 화석에서 온전한 구조의 콜라겐이 검출되는 것은 아미노산 펩티드에 존재하는 이런 원자·전자 수준의 상호작용이 가수분해에 취약한 콜라겐을 보호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콜라겐은 피부와 연골, 뼈 같은 결합 조직을 이루는 단백질로 아미노산 사슬인 단백질 가닥이 삼중나선으로 엮여 강한 섬유질 물질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미노산을 연결하는 펩티드 결합은 물에 노출되면 가수분해로 쉽게 분해돼 수분이 있는 환경에서 반감기가 500년에 불과하다. 물이 있는 환경에 3천500년 이상 노출되면 아미노산의 99% 이상 분해돼 없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룡 콜라겐은 6천800만년 전 티라노사우루스 뼈에서 추출된 데 이어 1억5천900만년 전 루펜고사우루스 골격에서도 검출돼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연구팀은 이전에 콜라겐에서 가수분해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이 여러 가지 제시됐지만 공룡 뼈에 보존된 콜라겐을 설명하기에는 물리적, 화학적 근거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실험과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콜라겐 펩티드를 구성하는 저분자 모방체를 만들어 거동을 조사하고, 특히 탄소와 산소가 이중결합으로 연결된 카르보닐기(carbonyl group, C=O)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한 펩티드 결합의 카르보닐기 산소에 있는 전자 두 개가 인접한 펩티드 결합의 카르보닐기에 공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펩티드 결합 사이에 삽입된 한 쌍의 전자가 파울리 배타 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라는 양자 역학적 원리에 따라 물 분자가 펩티드 결합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 아미노산 가수분해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레인즈 교수는 공룡 콜라겐 보존에 대해 뼈가 너무 탈수돼 물이 닿지 않았을 가능성 등 다른 이론이 제시됐었지만, 콜라게이 2억 년을 견딘 것을 설명하려면 그 외에도 분자·원자 수준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는 펩티드 결합 내 원자·전자 수준 상호작용이 콜라겐 삼중나선의 펩티드 결합을 가수분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런 상호작용을 활용하면 매우 안정적이고 수명이 긴 소재 설계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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