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0. 17:22ㆍ카테고리 없음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위해 ‘검사와의 대화’로 첫 행보에 나선 가운데 현직 검사가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 상대로 ‘군대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검사는 조 장관 취임 직전인 4일에도 “조국 후보자는 사퇴하고 수사를 받으라”라는 목소리를 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 있다.
조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56·사법연수원 17기)는 20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조 장관은 검찰개혁 적임자는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검사는 조 장관이 이날 경기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와의 대화’ 시간을 갖기로 한 것도 비판했다. 임 검사는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라면서 “시기보다 더 신경에 거슬리는 일은 ‘검사와의 대화’라는 명칭”이라고 했다.
임 검사는 ‘2003년 3월9일 있던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과 검사 10명의 생방송 TV토론을 언급하며 “16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결과와 별개로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라며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당시 검사 10명을 정부서울청사로 불러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 전국에 생중계로 방영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발언을 이어나가던 검사에게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발언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그 자리에 참석했던 검사들이 고졸 판사·변호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의 최종 학력을 언급하는 등 무례한 발언을 이어가 ‘검사스럽다’, ‘검새스럽다’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권력 기관으로서 검찰의 오만함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임 검사는 “하지만 오늘 열리는 일선청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란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냐”라며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임 검사는 “신임 장관이 취임 뒤 이야기한 형사부 기능 강화, 직접수사 축소 같은 내용은 사실 검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라면서도 “그 변화가 왜 쉽지 않은지 ‘검찰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신임 장관이 한마디 한다고 떡하니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임 검사는 “더군다나 신임 장관이 주장하는 정책은 항상 나중에 무언가 독소조항 같은 부록이 따라붙었다는 기억이 있다”라며 “공보준칙 전례에서 보듯, 장관의 정책들은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일반적 의심까지 더해보면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꼬집었다.
임 검사는 “검찰개혁은 필요하고 아마도 어딘가 적임자가 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 장관은 그 적임자는 아니다”라며 “정말 검찰개혁을 추구한다면 전국 검찰인이 정책 저의를 의심하지 않고 따를 수 있는 분에게 자리를 넘겨 그분이 과업을 완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도 조 장관은 “제발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선 검사들과 만나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는 ‘검사와의 대화’ 첫 방문지로 경기 의정부지검을 찾아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법무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하겠다며 구체적인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40세 이하의 평검사, 직원들이 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등 간부급 검사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청사를 나서면서 “주로 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간략히 말했다”며 “활발한 대화를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의정부지검을 시작으로 다른 검찰청도 방문해 대화 자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조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임 검사는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 17기로 졸업했다. 이후 ▲부산지검 공안부 부장검사▲춘천지검 영월지청장▲수원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부산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대전고검·서울고검 검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4일 이프로스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하여’란 제목의 글을 올려 조 장관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으며 조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검찰 구성원들에 대한 쓴소리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