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3. 07:50ㆍ정치,국제,사회,경제,시사이슈
코로나19 이후 유학생 다시 증가…정부 '30만명 유치' 목표
'언어장벽' 어려움…"학문 목적의 한국어 교육 등 필요"
"학교를 3년 넘게 다니고 있지만 한국인 친구는 아직 한 명도 사귀지 못했어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A(22)씨와 B(23)씨는 아이돌 그룹 엑소(EXO)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해 큰마음 먹고 한국에 왔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속상하다"면서 학회·동아리에 가입하거나 개강·종강 파티에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어문계열 3학년생이라는 A씨는 "입학 전 어학당에서 1∼2년간 한국어 수업을 들었는데도 여전히 어렵다"며 (어학당 수업에) 중국 사람만 있어서 실제 대화 연습을 하기도 어렵다. 좀 더 한국어를 잘 연습할 수 있도록 수업 방식을 바꿔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대학으로 유학 오는 외국인 학생 수가 다시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유학생들이 '언어 장벽'으로 인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최근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유치'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들이 국내 대학 생활에 잘 정착하고 학업에도 무리가 없도록 한국어 교육이나 멘토링·교류 프로그램 등 지원을 좀 더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영국인 리지(20)씨도 "한국에 와서 한국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학교에서 외국인 친구들하고만 교류하게 된다"며 "재미있고 편안하기는 하지만 기대와 달라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상적인 학내 교류뿐 아니라, 특히 '학문 목적'의 수업을 따라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리지씨는 "영어로 하는 수업을 고르는 게 항상 가장 큰 고민"이라며 "원래 법 전공이라 한국에서 아시아의 법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영어로 개설된 강의를 찾기가 힘들어 인류학, 정치학, 문학 수업을 듣고 있는데 재미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역시 서울대 유학생인 오스트리아인 니나(21)씨는 "입국 전 3년간 한국어를 공부했다"며 "한국어를 많이 배웠는데도 수업을 따라가기는 어려워서 영어 강의를 최대한 찾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학생들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은 학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대 다양성위원회가 2018년 외국인 학위과정생(학부생·대학원생) 43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47.2%)가 한국어로 이뤄지는 전공수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학생은 24.3%(105명), '이해 못 하는 부분이 많다'는 학생은 22.9%(99명)였다.
이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국인 학생과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학생 박모(20) 씨는 외국인 학생과 조별 과제 경험을 떠올리며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 힘들다는 것"이라며 "입학하거나 교환학생으로 오면 한국어 강의를 필수로 듣게 하는 등 언어 교육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유학생(교환학생 포함)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만 해도 1만2천314명에 그쳤으나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6만165명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며 2020년 15만3천695명, 2021년 15만2천281명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엔 16만6천892명으로 반등했다.
교육부는 국내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학령인구 감소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수를 지금의 약 2배인 3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유학생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지난 8월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에 비교적 단기간 머무는 교환학생 외에 이들 외국인 학부생·대학원생과 같은 학위 과정생들의 국내 정착을 돕는 지원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서울대가 2005년부터 운영해온 '스누버디' 프로그램은 외국인 교환학생과 한국인 재학생의 교류 및 교환학생의 한국 생활 적응을 지원하지만, 외국인 학위 과정생은 참가 대상이 아니다.
성균관대도 '하이클럽'이라는 국제교류처 산하 단체를 통해 한국인 재학생과 교환학생이 어울릴 기회를 오랜 기간 지원해왔지만, 외국인 학위 과정생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은 지난해 들어서야 시작했다.
장민정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외국인 학생들이 학문 목적의 한국어를 익힐 수 있는 강좌를 들으면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며 "유학생 강의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교수 대상 강의도 1년에 1회 이상은 개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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